친족상도례는 가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제한해 온 제도로, 오랜 기간 형법상 특례조항으로 유지되며 다양한 사회적 논란을 낳아왔다.
최근에는 친족 간 재산범죄는 처벌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26년 1월 1일부터 사라지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친족상도례 폐지의 의미와 배경, 달라지는 점, 그리고 효력 발생 시기를 중심으로 개정 내용의 핵심을 자세히 정리한다.

친족상도례 폐지의 의미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에 규정된 제도로, 직계혈족·배우자·동거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 사기, 횡령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특례 규정이다.
이 제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되었으며, 가족 간 재산 분쟁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가정의 평화와 사적 자치를 존중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사회 구조가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 1인 가구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친족상도례의 전제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명백한 재산 침해 행위가 처벌되지 않거나,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으면 가해자에 대한 형벌권이 행사되지 않는 구조는 피해자 보호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했다.
특히 노인, 장애인, 경제적 약자 등 가족 내 취약계층이 반복적으로 재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사회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가족에 의해 재산적 피해를 본 피해자가 적절한 형벌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며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친족상도례가 헌법상 평등권과 재산권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결정으로, 제도 개편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친족상도례 폐지의 본질적인 의미는 가족 관계보다 개인의 권리와 피해 회복을 우선하겠다는 법적 가치의 전환에 있다.
가족 내부 범죄라 하더라도 국가가 형벌권을 통해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현대 사회에 부합하는 형사법 체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친족상도례 폐지로 달라지는 점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의 핵심은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해 기존의 ‘형 면제’ 규정을 삭제하고, 이를 친고죄로 전환한 점이다. 즉, 가족 간 재산범죄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을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이는 그동안 원칙적으로 처벌 자체가 불가능했던 구조에서 한 단계 진전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개정 전에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횡령·사기 등 범죄가 형 면제 대상이 되어 수사와 처벌이 사실상 차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피해자가 명확히 처벌 의사를 밝히는 경우, 검찰이 공소를 제기해 형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선택권과 권리 행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개정은 가족 내부에서 발생하는 반복적 재산 착취나 구조적 범죄를 방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그동안 피해자는 가족을 고소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낙인 때문에 범죄 사실을 숨기거나 묵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고죄 전환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피해자가 원할 경우에만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도록 하면서도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마련한 절충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모든 친족 재산범죄가 자동으로 강력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고소가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가족 관계 회복 가능성이나 경미한 분쟁까지 무분별하게 형사화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친족상도례를 전면 유지하거나 전면 폐지하는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현실적 균형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친족상도례 폐지 효력 발생 시기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제 남은 절차는 대통령 공포와 시행 시점 확정이다.
일반적으로 형법 개정안은 공포 후 일정한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되며, 구체적인 시행일은 부칙에 명시된다.
이 유예 기간은 국민과 수사기관, 사법부가 변화된 제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중요한 원칙은 형벌 불소급 원칙이다.
이번 친족상도례 개정 역시 시행일 이후 발생한 범죄부터 적용되며, 시행 이전에 발생한 행위에 대해서는 기존 법 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과거의 친족 간 재산범죄가 소급해 처벌되는 일은 없다.
또한 개정안은 ‘형 면제 폐지’가 아닌 ‘친고죄 전환’이라는 점에서, 실제 체감 효과는 피해자의 고소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 시행 이후에는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형사 절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제도의 실질적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친족상도례 개정은 1953년 도입 이후 70년 넘게 유지되어 온 제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조정한 결과물이다.
가족 보호라는 명분 아래 방치되어 왔던 재산범죄 피해를 제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는 개정된 규정의 취지와 적용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피해자 보호와 가족 관계 존중이라는 두 가치가 균형 있게 실현될 수 있도록 운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